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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간다는 건 슬픈 일입니다. 몸은 무거워지고 뱃살과 엉덩이는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지난날의 추억을 곱씹을수록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무력감과 그리움에 몸이 떨리고 감당하기 힘든 감정이 몰려옵니다. 앨범에서 10년전쯤 가족과 찍은 사진을 보다 보면 지금보다 수십 배는 젊어 보이는 부모님의 모습에 그동안의 고생스러움에 대한 고마움과 잘해드리지 못한 죄송스러움에 울컥하는 기분이 듭니다. 나의 몇 십 년 후의 삶을 미리 살고 계신 부모님은 어떠한 심정을 늙어간다 걸 받아들이고 내색도 없이 꿋꿋이 살고 있으신지에 대한 존경심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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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일기는 수십 년 후의 미래를 가상으로 살아보는 프로그램입니다. 갑자기 수십 년은 늙어버린 몸으로 살아보는 거라 강성연과 안정환, 제시는 처음 마주하는 자신의 모습에 말을 잃고 천천히 자신을 바로 봅니다.(제시는 비명을 질렀지만...) 그리고 담담하게 내뱉는 안정환의 "이거 진짜 슬프네"라는 말이 너무나 와 닿았습니다. 사실 제시는 프로그램의 취지를 공황에서 어머니를 만나고 나서야 깨닫는 모습을 보입니다. 강성연과 제시는 늙어서도 이뻐 보이고 싶은 마음에 자꾸 거울 보며 현재로 돌아오면 관리를 해야 되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여자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일 것입니다.





강성연은 젊은 자신의 보다 거울 속에 늙어버린 자신을 다시 발견하고 놀랍니다. 그리고 늙어버린 남편을 발견하고 표현할 수 없는 감정으로 눈물을 흘립니다. 강성연은 늙어버린 남편의 모습에 웃음이 나기도 하면서도 참아지지도 않는 눈물이 흐릅니다. 이 부분에서 울컥하는 감정을 많이 느껴셨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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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간 안정환도 늙어버린 자신을 받아들이고 미래일기에 몰입하는 모습이었지만 유리에 비친 자신을 힐끔힐끔 보며 이상하고 이상한 기분을 느끼며 늙어버린 외모에 맞게 걸음도 늦어지고, 말도 없어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안정환의 미래일기 설정은 독거노인이라 가족이 모두 떠나고 혼자 남은 삶의 고독함을 간접으로 느낄 수 있었고, 설정이지만 소파 위에 놓여있는 가족사진을 자꾸만 쳐다보며 짠해하는 모습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제시는 늙어버린 어머니를 공황에서 마주 고서야 강성연과 안정환이 거울을 보며 느꼈던 감정을 느끼는 모습이었습니다. 수년 전 부모님의 사진만 봐도 몇 배로 젊어 보이는데 갑자기 늙어버린 어머니를 마주하면 그 이상으로 슬픈 감정이 밀려올 것입니다. 제시의 할머니가 제시 어머니를 뒤늦게 알아보고 없어진 딸이라도 찾은거 마냥 좋아하는 모습은 어떤감정인지 설명하기 힘들지만 울컥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느꼈습니다. 미래일기속 출연자들은 단지 나이가 든 분장을 했을 뿐인데 세상을 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생각도 달라지는 모습이 출연자 세명에게 공통적으로 보이며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나중에 나이가 들면 이런 모습일 것이다(물론 마음대로 되진 않겠지만)라고 그리는 모습이 있을 것입니다. 미래일기의 출연자들처럼 갑자기 마주하게 되면 거부하거나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만, 우리는 서서히 조금씩 미래로 가게 될 것입니다. 그 변화는 크게 자각하지 못한 채 어느새 그곳에 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미래일기는 시청자와 강성연, 안정환과 제시에게 그 변화를 자각하게 해주고 현재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당장 무얼 해야겠다는 목적의식과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과 가까이에 있는 가족과 친구에게 잘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미래일기가 정규로 편성될지 안될지는 미지수지만 괜찮은 반응이라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제목은 기억이 안 나지만 노인체험에 관한 일본 영화가 있습니다. 그 영화에서 노인의 생활을 리얼로 느끼기 위해서 무게가 있는 옷과 안경을 착용해서 노인들이 이동할 때의 불편함을 체험하는 부분을 미래 일기에 적용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야 영화 제목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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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는 고양이다였던 거 같습니다.(아니면 제보 좀아무튼 미래일기는 좋은 기운을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꼭 정규로 편성되길 바랍니다. 

<사진 = 미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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